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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c/그냥 알아두면 좋을것 같은

많은것을 생각하게 하는 글...

by 나그네20 2007. 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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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파란 파란만장에서

작성자 : mmon

추천 : 9 조회수 : 1107 날짜 : 2007.08.20 15:24

큰 아이의 유치원에는...
큰 아이의 유치원에 아주 영리한 아이가 있었다.

성격은 내성적인 것 같았지만 그래서 또 의젓해 보이기도 했었다.


하루는 원장선생님께서 내게..

그 아이의 엄마와 아는 사이라면 큰 애를 데리고 자주 놀러 가서 함게 지냈으면 한다고 권해 오셨다.

그냥 '친하게 지내세요...' 하는 것 같지는 않고 뭔가 다른 뜻이 있는 것 같아서 여쭤 보아도 별 다른 말씀 없이 그저 놀러 가라고만 하시니...

그 아이의 엄마도 성격이 쾌활하고 시원시원해서 내가 '놀러 가도 될까요... " 하니

흔쾌히 놀러 오라고 하여 하루는 날 잡아 우리 애들을 데리고 놀러 갔다.

집에 들어가니 거실 테이블 위에 수학 문제들을 적은 종이가 한 장 있는데...

문제를 훑어 보니 일곱살 아이가 풀기에는 상당한 수준의 문제들이 아닌가...

우리 아이는 이제 1에서 100까지 겨우 이해를 하고 3+5, 4+3... 이정도 문제를 풀고 있을 때였는데,

그 아이의 문제에는 485+673, 내지는 984 - ( )=356..... 이런 식의 방정식 문제까지 포함되어 있었으니...

기가 팍 죽어 .......

"어휴... 안그래도 참 영리한 아이구나 생각했었는데, 수학을 굉장히 잘하나 봐요..." 했더니

그 엄마의 대답은...

"원장선생님께서는 이런 식의 학습을 시키지 말라고 하시는데요...

저희도 강제로 하는 것이 아니고 애가 아빠 출근할 때면 한 장씩 문제를 내달라고 성화예요.

그래서 할 수 없이 매일 한 장 씩 문제를 풀고 있고,

그렇다고 아이가 틀렸다거나 안해놓았다고 해서 야단치는 것도 아니거든요...."

이랬다...

그 날 별다른 특이한 일은 전혀 없었고 큰 애나 그 아이나 어울려 신나게 잘 놀아서 유쾌한 시간을 보내고 돌아 왔고,다음날 유치원에 아이를 데리러 갔을 때 원장선생님께 어제의 일들을 얘기하며 00이가 수학을 참 잘하고 좋아 하더라고 감탄하며 말씀 드렸더니....

"종혁 어머니... 그것이 문제인 줄 모르시겠어요?" 하신다.

놀 때는 놀아야 한다.


"아이들에게 부모는 절대적인 존재이고 영리한 아이일수록 부모에게 사랑받는 방법을 찾아 그 쪽으로 행동이 발달한답니다.

00이의 부모님은 강제로 아이를 공부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가 학업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였을 때 가장 기뻐하시고 어린이들의 놀이에 빠져 있을 때는 실망스런 태도를 보이셨던 것 같아요.

00이는 유치원에 와서도 아이들 놀이에 절대 끼어들지 않고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빙빙 겉돌기만 합니다.

마음은 함께 어울려 진흙놀이도 하고 블록 쌓기도 하고 싶은 데 그런 것들을 하는 또래 친구들을 '유치하다'고 비웃고 '옷 더러워 질까봐...' 안한다면서 아이들 갖고 노는 장난감만 안볼 때 툭툭 발로 차고 다니곤 해요... 그렇다고 다른 놀이를 혼자 하는 것도 아니면서...


아이들은 마음껏 놀아야 한답니다. 그래야 정서적으로 고른 발달이 이루어져요...

00이가 하루는 제게 그러더군요....

"선생님, 저는요... 칼로 막 찌르고, 피나고, 사람들 죽이고.. 하는 비디오가 너무 좋아요... 그런 걸 볼 때가 제일 신이나요..." 00이의 억눌린 마음이 그렇게 표출된다고 봐요...

그나마 지금은 00이도 어려서 그렇게라도 마음을 드러내고 들키고 하지만, 이렇게 영리한 아이가 더 자라면 아예 문제 자체가 드러나지 않도록 안으로 안으로 감추어서 크게 곪게 되는 경우가 많지요...

다행히 부모님께서 협조적이셔서 00이와 함께 많이 놀아 주시려고 하시는데, 두 분 다 워낙 모범생이셨던지라 편안히, 걱정없이 놀기만 하는 것이 잘 안되시나 봅니다.

그래서 함께 많이 놀아 주시도록 종혁어머니께 부탁드렸던 것입니다. 혼자 아이와 노는 것보다 여럿이 함께 놀다보면 방법을 찾으실 거예요... 시간 나시는 대로 자주 가셔서 그저 편안히 함께 놀아 주세요...."


독특한.. 그러나 평범한 유치원...

큰 아이의 유치원에서는 학습지나 학원, 과외교습 일체를 금지하고 있었다. 유치원 연령의 아이들은 그저 자연을 벗삼아 맘껏 놀아야 한다는 것이 원장님의 지론이었고, 그 속에서 그 나이에 배워야 할 모든 것을 다 배운다고....


자그마한 동산 산자락에 위치한 유치원 뜰에서 아이들은 흙에 물을 부어 가며 물길을 만들어 물을 저희들 원한 대로 흘려 보내는 놀이를 하거나 체를 들고 놀이터에 나가 흙을 체에 걸러 '고운 흙'을 골라 내서는 마치 금이라도 캐낸 듯 소중하게 종이봉투에 모아 담기도 하고, 봄이면 근처 개울로 올챙이 관찰하러 돋보기를 들고 나가고, 여름이면 인근 농가에 구경가서 토마토나 옥수수가 열리는 것을 보기도 하고 검은 먹지에 돋보기를 잘 조준하여 태양열을 이용한 먹종이 태우기도 하는 등 요즘 유치원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자유분방하고 소박한 교육과정을 밟아 나갔다.


하루는 유치원에서 만난 선생님께서 “어머니, 종혁이를 아침 몇시쯤 유치원에 보내시나요?” 물으신다. 9시반에 유치원이 시작되니 9시에 옆집 딸아이와 함께 출발시킨다고 말씀드렸더니 이 두 아이가 매일 지각을 하는데 10시에도 오고 어떨 때는 10시반에도 나타난단다. 순진하고 호기심 많고 태평한 두 아이의 성격으로 미루어 10분 정도 걸리는 거리를 이것저것 구경하며 가리라는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한 시간 반까지도 지각을 했다니 어이가 없다.


다음 날, 두 아이의 하는 양을 지켜 보려 뒤따라 가보니...

두 아이가 아파트 관리실 앞 지하창고 비슷한 시설물의 경사진 면에 올라가 미끄럼을 타기 시작한다. 유치원가방은 벗어서 옆 가로수에 얌전히 걸어 놓고.... 한참 앞서거니 뒤서거니 깔깔 거리며 미끄럼을 타고는 지나가는 어른들이 "얘... 너희들 유치원 안가니?" 하시자 "가요...." 하고는 다시 가방을 둘러 매고 가던 길에 오른다. 잠시 후 아파트 울타리를 벗어 났는데 여기부터는 좌측으로 뒷동산과 농가들이 지나간다. 이 아이들은 아예 이 지점부터는 눈에 띄는 것마다 구경하기 위해 발걸음을 멈추고 주저 앉는다. 둘이 손 발이 척척 맞는 것으로 보아 매일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한 듯 하다.... 토마토며 호박이며 고추며 열매 맺은 것들은 다 들추어 보고, 아예 농가로 걸어 들어가 매어 놓은 소를 한참동안 들여다 보기도 하고... 그러면서 유치원까지 가려니 한 시간도 걸리고 한 시간 반도 걸리고....



하지만 유치원에서도, 우리 엄마들도 이 아이들의 지각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하지마!!" 하는 대신 조금 더 일찍 출발시키는 방법을 택했다. 예쁜 우리 아이들의 '아침의 행복'을 빼앗을 권리가 우리들에겐 없다...


이렇게 유치원 아이들은 어린이 답게 순진하게 커 갔는데...


불균형...



어느날, 부모교육 시간에 유치원을 방문하여 계단을 따라 올라 가는데, 계단 벽을 따라 아이들이 동화를 듣고 자신들의 의견을 적어 놓은 종이들이 쭉 붙어 있었다. 아이들이 쓴 내용으로 보아 그 날의 주제는 '개와 고양이가 서로 미워하게 된 사연' 이었던 듯하다. 질문 내용이 '서로 미워하는 개와 고양이를 어떻게 할까요...?' 였는데....


대부분의 아이들이 "가위 바위 보를 하게 한다.", "서로 화해하라고 말해준다" "한 방에 집어 넣고 실컷 싸우게 한 다음 화해하라고 한다" 등등 7살 어린이의 사고를 넘어서지 않는 범위내에서의 기발하고 재미있는 답변들이다가 나의 시선이 00이의 의견에 머물렀다...


"개와 고양이를 정신병원에 집어 넣어버린다..."


내 의견이지만... 이건 분명 뭔가 잘못되었다. 00이에게 빨리 '어린이의 정서'를 찾아 주어야 할텐데 하는 마음만 자꾸 자꾸 들고...



12년의 세월이 흘렀고, 아주 영리했던 00이 이고, 또 무엇보다 원장선생님이 지적하신 문제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솔직히 받아 들여 아이를 위해 본인들의 생활패턴까지도 바꾸어 보려고 노력할 줄 알았던 훌륭한 부모를 두었으니 아마도 지금쯤은 00이가 성적도 우수할 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고른 성장을 하여 멋진 청년으로 자라있으리라 믿는다.


유아기의 교육은 중요하다...


유치원 교육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그러나 선생님만의 노력으로는 아무런 효과도 거두지 못한다.

부모들의 협조가 있을 때,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게 고른 성장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요즈음 부모들은 공부 많이 시키는 유치원을 선호한다고 한다.

큰 아이가 다녔던 훌륭한 유치원도...

공부를 많이 시키지 않는다는 이유로...

엄마들에게 "이런 건 하시지 마라, 저런 것도 하시지 마라..." 강압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이유로...

멋지고 근사한 곳으로 견학을 자주 가지 않는다는 이유로....

인기가 떨어져 결국 몇 년 전 문을 닫았다고 한다.



어릴 때 놀지 못하면.....

언젠가 한 번은 기어이 놀고 만다고 한다.....

어린이들의 놀이는 귀엽고 예쁘지만...

어른들의 놀이는 ..............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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